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한 남프랑스 해변에 세워진 새하얀 집. 에메랄드빛 지중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Roquebrune-Cap-Martin 해안가에 위치한 E-1027 하우스. 이 곳은 바로 모더니즘의 어머니라 불리는 아일랜드 출신 디자이너 아일린 그레이의 하우스입니다. 그녀의 첫 번째 건축프로젝트였던 E-1027을 보고 르 코르뷔지에가 질투해 무허가 벽화를 그렸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인테리어와 가구 프로젝트만 맡아오던 그녀가 48세의 나이에 새롭게 도전한 건축분야에서 처음으로 만든 집이라는 사실이 믿기 힘들 정도로 모더니즘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모더니즘 건축의 아이콘으로 익히 알고 있는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 로에, 발터 그로피우스 등 뛰어난 건축가들의 모델보다 앞서 설계된 집으로 재조명되고 있고요.
사실 이 집이 설계된 이유에는 로맨틱한 이유가 숨겨져 있는데요. 바로 아일린 그레이가 그녀 자신과 14살 연하의 젊은 연인 장 바도비치의 달콤한 휴가를 위해서 별장을 지으려 했고 그렇게 탄생한 곳이 바로 E-1027 하우스입니다. 특이한 코드처럼 생긴 이름도 아일린 그레이와 장 바도비치, 오직 두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길 바라며 지어졌는데요. 문자 E와 숫자 4개로 이루어진 이 이름은 아일린 그레이(Eileen Gray)의 ‘E’와 두 사람의 이름을 각각 10번째(J-Jean), 2번째(B-Badovici), 7번째(G-Gray) 알파벳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아일린의 사랑은 그녀의 삶을 통틀어 가장 섬세한 디자인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직접 설계한 공간과 집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한 가구들까지 세심하게 만들어져 그녀에게도 소중하고 애정가득한 공간이었죠. 하지만 집이 다 완성될 무렵 장 바도비치와의 사랑은 끝을 맺게 됩니다. 아일린은 E-1027을 그를 위해 애정을 담아 지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장 바도비치에게 넘겨주고 떠나게 됩니다.
그녀의 집은 르 코르뷔지에가 근대 건축의 5가지 요소가 충실하게 구현된 집이었기 때문에 르 코르뷔지에가 자신의 빌라 사보이를 완성했음에도 아일린에게 더 큰 찬사를 보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1층의 기둥과 필로티공간, 그리고 약 27평의 오픈형으로 이루어진 자유로운 주거공간, 파노라마 뷰를 즐길 수 있는 수평의 오픈창과 옥외 정원까지. 근대 건축의 시초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닐 만큼 완벽한 집인데요. 그녀가 집이 설계될 당시에 르 코르뷔지에와 5가지 건축요소에 대해 몰랐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이 집의 내부는 어떻게 되어있을까요? 가장 먼저 살펴볼 곳은 아일린 그레이의 아이콘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거실입니다. 미쉘린의 마스코트 비벤덤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된 비벤덤 체어(Bibendum Chair), 여행과 캠핑을 좋아한 아일린의 취향이 담긴 트랜셋체어(Transat Chair), 주로 침대에서 밥을 먹는 언니를 위해 만들었던 E-1027 테이블. 집을 지을 당시에 아일린 그레이는 이미 인정받는 가구 디자이너였는데요. 건축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오직 이 집을 위해서 가구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녀의 대표 아이콘들이 되었죠.
편안함은 물론 기능적이고 모던한 디자인의 데이베드(Day Bed)와 드레싱 테이블(Petite Coiffeuse)이 보입니다. 에메랄드 빛의 벽과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모두 스틸 프레임으로 간결한 라인을 가지며 편리한 사용성을 강조하면서도 사용하는 사람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서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아일린의 아이코닉 가구들은 하우스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요. 왼쪽의 사진은 소리에 예민했던 아일린 그레이가 식기들이 부딪히는 소리를 줄이기 위해 디자인한 코르크 테이블 (Extendable Cork Table)입니다. 오리지널 테이블은 현재 MOMA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전시되어 있고요. 오른쪽은 오피스 혹은 침실처럼 사용하던 공간으로 아일린의 바스툴 No.1과 한 개의 팔걸이로 유명한 논컨포미스트 체어(Non-Conformist Chair)가 보입니다. 아래에는 그녀의 연인이었던 장 바도비치가 편하게 면도할 수 있도록 얼굴과 볼을 같이 볼 수 있게 제작된 세틀라이트 거울(Satellite Mirror) 이고요. 그 외에도 E-1027만을 위한 빌트인 가구들도 공간에 맞춰 다양하게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르 코르뷔지에가 그려놓은 벽화가 드디어 등장합니다.
위 사진 속 화려한 컬러의 큐비즘 벽화 역시 르 코르뷔지에의 아일린의 집에 그려진 벽화중 하나입니다. 그의 벽화는 아일린에 대한 질투로부터 비롯해 자신의 건축물로 보이기 위한 그만의 표식과 같다고 해석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의 질투 어린 집착은 근처에 4평 카바농을 짓는것으로도 이어지는데요. 완벽한 건축물에 대한 동경으로 아일린의 집을 자신의 소유처럼 여기고 싶어한 르 코르뷔지에는 그의 삶을 E-1027 아래 해변에서 마무리하게 됩니다.
E-1027에서 내려다보이는 지중해의 모습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인데요. 그녀는 그림 같은 풍경을 항상 바라볼 수 있도록 파노라마뷰의 창과 정원을 만들면서도 기능적으로 완벽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캔버스 어닝과 슬라이딩 셔터 시스템을 적용하여 빛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한낮의 뜨거운 햇빛과 바다에서 부서져 반사되는 빛을 조절하며 거실과 테라스에서도 빛을 자유자재로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E-1027 하우스가 더 가치있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근대 건축요소를 포함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다 인간적이고 섬세한 그녀의 시선이 담겨있기 때문인데요. 르 코르뷔지에가 “집은 하나의 기계”라고 말할 때 아일린은 반박하며 집은 그 곳에 사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모든 요소들의 조화를 통해 더 인간적인 모습을 갖추어 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집과 사람을 더 생각한 아일린의 애정이 완성도 높은 건축을 탄생시켰습니다.
아일린 그레이의 E-1027은 2차 대전을 지나며 독일군에 의해 훼손된 이후 그대로 방치되었다가 2015년 전문가들에 의해 새롭게 복원작업을 거쳐 재탄생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사진들은 모두 복원 이후 대중들에게 재오픈한 공간을 담아낸 것인데요. 그녀가 사랑했던 공간과 사람에 대한 배려를 그대로 담아내어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E-1027 하우스를 통해 아일린 그레이라는 디자이너의 천재성과 모더니즘을 이끈 선구자로서의 가치가 다시 높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와 공간이야기] 아일린 그레이 하우스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한 남프랑스 해변에 세워진 새하얀 집. 에메랄드빛 지중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Roquebrune-Cap-Martin 해안가에 위치한 E-1027 하우스. 이 곳은 바로 모더니즘의 어머니라 불리는 아일랜드 출신 디자이너 아일린 그레이의 하우스입니다. 그녀의 첫 번째 건축프로젝트였던 E-1027을 보고 르 코르뷔지에가 질투해 무허가 벽화를 그렸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인테리어와 가구 프로젝트만 맡아오던 그녀가 48세의 나이에 새롭게 도전한 건축분야에서 처음으로 만든 집이라는 사실이 믿기 힘들 정도로 모더니즘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모더니즘 건축의 아이콘으로 익히 알고 있는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 로에, 발터 그로피우스 등 뛰어난 건축가들의 모델보다 앞서 설계된 집으로 재조명되고 있고요.
사실 이 집이 설계된 이유에는 로맨틱한 이유가 숨겨져 있는데요. 바로 아일린 그레이가 그녀 자신과 14살 연하의 젊은 연인 장 바도비치의 달콤한 휴가를 위해서 별장을 지으려 했고 그렇게 탄생한 곳이 바로 E-1027 하우스입니다. 특이한 코드처럼 생긴 이름도 아일린 그레이와 장 바도비치, 오직 두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길 바라며 지어졌는데요. 문자 E와 숫자 4개로 이루어진 이 이름은 아일린 그레이(Eileen Gray)의 ‘E’와 두 사람의 이름을 각각 10번째(J-Jean), 2번째(B-Badovici), 7번째(G-Gray) 알파벳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아일린의 사랑은 그녀의 삶을 통틀어 가장 섬세한 디자인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직접 설계한 공간과 집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한 가구들까지 세심하게 만들어져 그녀에게도 소중하고 애정가득한 공간이었죠. 하지만 집이 다 완성될 무렵 장 바도비치와의 사랑은 끝을 맺게 됩니다. 아일린은 E-1027을 그를 위해 애정을 담아 지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장 바도비치에게 넘겨주고 떠나게 됩니다.
그녀의 집은 르 코르뷔지에가 근대 건축의 5가지 요소가 충실하게 구현된 집이었기 때문에 르 코르뷔지에가 자신의 빌라 사보이를 완성했음에도 아일린에게 더 큰 찬사를 보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1층의 기둥과 필로티공간, 그리고 약 27평의 오픈형으로 이루어진 자유로운 주거공간, 파노라마 뷰를 즐길 수 있는 수평의 오픈창과 옥외 정원까지. 근대 건축의 시초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닐 만큼 완벽한 집인데요. 그녀가 집이 설계될 당시에 르 코르뷔지에와 5가지 건축요소에 대해 몰랐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이 집의 내부는 어떻게 되어있을까요? 가장 먼저 살펴볼 곳은 아일린 그레이의 아이콘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거실입니다. 미쉘린의 마스코트 비벤덤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된 비벤덤 체어(Bibendum Chair), 여행과 캠핑을 좋아한 아일린의 취향이 담긴 트랜셋체어(Transat Chair), 주로 침대에서 밥을 먹는 언니를 위해 만들었던 E-1027 테이블. 집을 지을 당시에 아일린 그레이는 이미 인정받는 가구 디자이너였는데요. 건축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오직 이 집을 위해서 가구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녀의 대표 아이콘들이 되었죠.
편안함은 물론 기능적이고 모던한 디자인의 데이베드(Day Bed)와 드레싱 테이블(Petite Coiffeuse)이 보입니다. 에메랄드 빛의 벽과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모두 스틸 프레임으로 간결한 라인을 가지며 편리한 사용성을 강조하면서도 사용하는 사람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서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아일린의 아이코닉 가구들은 하우스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요. 왼쪽의 사진은 소리에 예민했던 아일린 그레이가 식기들이 부딪히는 소리를 줄이기 위해 디자인한 코르크 테이블 (Extendable Cork Table)입니다. 오리지널 테이블은 현재 MOMA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전시되어 있고요. 오른쪽은 오피스 혹은 침실처럼 사용하던 공간으로 아일린의 바스툴 No.1과 한 개의 팔걸이로 유명한 논컨포미스트 체어(Non-Conformist Chair)가 보입니다. 아래에는 그녀의 연인이었던 장 바도비치가 편하게 면도할 수 있도록 얼굴과 볼을 같이 볼 수 있게 제작된 세틀라이트 거울(Satellite Mirror) 이고요. 그 외에도 E-1027만을 위한 빌트인 가구들도 공간에 맞춰 다양하게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르 코르뷔지에가 그려놓은 벽화가 드디어 등장합니다.
위 사진 속 화려한 컬러의 큐비즘 벽화 역시 르 코르뷔지에의 아일린의 집에 그려진 벽화중 하나입니다. 그의 벽화는 아일린에 대한 질투로부터 비롯해 자신의 건축물로 보이기 위한 그만의 표식과 같다고 해석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의 질투 어린 집착은 근처에 4평 카바농을 짓는것으로도 이어지는데요. 완벽한 건축물에 대한 동경으로 아일린의 집을 자신의 소유처럼 여기고 싶어한 르 코르뷔지에는 그의 삶을 E-1027 아래 해변에서 마무리하게 됩니다.
E-1027에서 내려다보이는 지중해의 모습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인데요. 그녀는 그림 같은 풍경을 항상 바라볼 수 있도록 파노라마뷰의 창과 정원을 만들면서도 기능적으로 완벽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캔버스 어닝과 슬라이딩 셔터 시스템을 적용하여 빛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한낮의 뜨거운 햇빛과 바다에서 부서져 반사되는 빛을 조절하며 거실과 테라스에서도 빛을 자유자재로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E-1027 하우스가 더 가치있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근대 건축요소를 포함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다 인간적이고 섬세한 그녀의 시선이 담겨있기 때문인데요. 르 코르뷔지에가 “집은 하나의 기계”라고 말할 때 아일린은 반박하며 집은 그 곳에 사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모든 요소들의 조화를 통해 더 인간적인 모습을 갖추어 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집과 사람을 더 생각한 아일린의 애정이 완성도 높은 건축을 탄생시켰습니다.
아일린 그레이의 E-1027은 2차 대전을 지나며 독일군에 의해 훼손된 이후 그대로 방치되었다가 2015년 전문가들에 의해 새롭게 복원작업을 거쳐 재탄생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사진들은 모두 복원 이후 대중들에게 재오픈한 공간을 담아낸 것인데요. 그녀가 사랑했던 공간과 사람에 대한 배려를 그대로 담아내어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E-1027 하우스를 통해 아일린 그레이라는 디자이너의 천재성과 모더니즘을 이끈 선구자로서의 가치가 다시 높게 평가되고 있습니다.